소설 <다섯째 아이>와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모두 독자와 관객에게 아이와 부모 사이의 복잡한 관계, 가정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 모성의 고통, 그리고 사회적 고립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들은 비정상적인 아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며, 부모로서의 책임과 한계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소설 <다섯째 아이> 줄거리
도리스 레싱의 소설 <다섯째 아이>(The Fifth Child)는 1960년대 영국의 중산층 가정인 해리엇과 데이비드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기 위해 결혼하고, 네 명의 아이를 갖게 됩니다. 집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으며, 해리엇과 데이비드는 이웃과 가족들 사이에서 이상적인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부부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이 행복한 가정에 다섯 번째 아이인 벤이 태어나면서 모든 것이 변하게 됩니다. 벤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형제들과 달랐습니다. 비정상적으로 큰 체구, 폭력적인 성향, 일반적인 인간의 감정이나 사회적 규범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해리엇은 이러한 벤의 행동에 점점 불안감을 느끼지만, 아이에 대한 모성애와 책임감으로 벤을 돌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벤의 존재로 인해 가정은 점점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벤의 폭력성과 공격성은 가족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었고, 그로 인해 가정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해리엇은 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로 결심하지만, 다시 집으로 데려오게 됩니다. 그러나 벤의 존재로 인해 가정은 회복할 수 없는 균열에 빠지게 되고, 해리엇은 자신이 이상적인 가정을 꿈꾸었던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이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 줄거리
린 램지 감독의 영화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는 미국의 소설가 리오노라 슈라이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심리 스릴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에바(틸다 스윈튼 분)와 그녀의 아들 케빈(에즈라 밀러 분)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에바는 남편 프랭클린(존 C. 라일리 분)과 함께 뉴욕 교외에서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첫째 아들 케빈은 태어날 때부터 일반적인 아이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케빈은 어린 시절부터 감정 표현이 없고, 비정상적으로 조용하며, 어머니인 에바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에바는 케빈의 행동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지만, 남편 프랭클린은 이러한 문제를 무시하고 케빈을 정상적인 아이로 여기려 합니다.
케빈은 점점 자라면서 더 폭력적이고 교묘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에바는 이러한 케빈의 행동이 자신을 향한 의도적인 공격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결국 케빈은 고등학교에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충격적인 사건을 일으킵니다.
영화는 사건 이후의 시간을 배경으로, 에바가 케빈의 범죄 이후 겪는 고통과 죄책감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에바는 케빈의 행동에 대해 자신이 잘못된 어머니였는지, 자신의 양육 방식이 문제였는지를 끊임없이 되돌아보며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다섯째 아이>와 <케빈에 대하여>의 비슷한 점
<다섯째 아이>와 <케빈에 대하여>는 둘 다 가정 내에서의 아이와 부모 간의 복잡한 관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습니다. 두 작품 모두 아이가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며, 그로 인해 가정이 붕괴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 비정상적인 아이: 두 작품에서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일반적인 아이들과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섯째 아이>의 벤과 <케빈에 대하여>의 케빈 모두 비정상적으로 폭력적이고 사회적 규범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로 그려집니다.
- 모성의 갈등: 두 작품의 어머니들은 아이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대해 갈등을 겪습니다. 해리엇과 에바 모두 아이에 대한 모성애와 동시에 공포, 불안감을 느끼며,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무력감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 가정의 붕괴: 벤과 케빈의 존재로 인해 두 가정 모두 점차 붕괴됩니다. 가족 구성원들은 아이의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으며, 결국 가정의 균열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 사회적 고립: 두 작품 모두 비정상적인 아이를 가진 부모가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해리엇과 에바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다섯째 아이>와 <케빈에 대하여>의 의미
<다섯째 아이>와 <케빈에 대하여>는 아이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가정과 부모에게 미치는 심리적, 사회적 영향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 가정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 두 작품 모두 부모가 꿈꾸던 이상적인 가정이 아이의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인해 깨지면서, 현실의 냉혹함을 드러냅니다. 부모들은 아이를 통해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며, 그로 인해 가정 내의 균열이 발생합니다.
- 모성의 본질: 모성이 단순히 아이를 사랑하고 보호하는 역할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두 어머니는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모성은 때로는 고통스럽고,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죄책감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 사회적 외면: 두 작품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직면한 가정을 사회가 어떻게 외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해리엇과 에바는 모두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그로 인해 더욱 고립감을 느끼게 됩니다.
- 아이의 본질적 악과 부모의 책임: 두 작품은 아이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과연 타고난 것인지, 부모의 양육 방식의 문제인지를 탐구합니다. 이는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지며, 부모로서의 책임감과 한계를 고민하게 만듭니다.